메이커를 만나다

나무와 소리의 장인, "철가방 공방"

성대근

2016-02-26

오디오 좀 만진다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철가방 공방' 성대근 대표.

그는 저비용 고효율의 수제 음향 기기로 오디오 자작 커뮤니티에 바람을 일으켰다. 자작 스피커와 오디오를 올려놓는 렉 등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지 2년여 만의 일이다. 경험 많은 자작 오디오인들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찾는 사람이 '철가방'이다.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오디오 시장의 거품을 빼고 싶다는 성대표지만, 그 역시 시작은 평범한 아마추어 음향 기기 메이커였다.

음악과 음향 기기에는 본래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 업에 나서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카오디오 판매점과 식당 등 생업에 몰두했다.

식당 한쪽에는 직원들을 위한 음악감상실 겸 휴게실을 만들어 두었다. 음악도 듣고 노래방 기기로 노래도 부르며 스트레스도 푸는 그런 방이다. 그 방에 둔 스피커를 올려 놓을 목제 스피커가 필요해 목공소에 의뢰했다. 치수에 맞춰 목재까지 다 준비해 붙이는 작업만 맡길 생각이었다.

메이커 입문, 차라리 내가 한다

그런데 목공소는 공임으로 70만원을 불렀다. "너무 비싸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고 그는 말한다. 성 대표는 홧김에 흔히 '마루노꼬'라 부르는 원형 목재 톱 작은 것을 하나 샀다. 친하게 지내는 동네 선배에게 부탁해 작업실과 사무실도 얻었다.

하지만 왱왱 돌아가는 톱날이 무서워 결국 톱은 작업실 한켠에 방치되는 신세가 되었다. 목공 경험도 없던 터라 기계로 나무를 다루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다 목재 가공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가 생겼다. 그의 식당은 용인 근처 공장 여러 곳에 식사를 댄다. 그 중 한 곳이 가구 공장이었다. 성 대표는 가구 회사 공장장에게 자기 처지를 하소연했다. 공장장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몇일 후 공장장이 퇴근 후 회사에 들렀다. 목재 생초보를 향한, 나무 다루기를 업으로 하는 분의 '원포인트 레슨'이었다. 밀대 만드는 법을 시범 보여주며 장비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성 대표는 "그 분이 보기에 내가 정말 한심해 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메이커 입문의 순간이 됐다.

전혀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일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처음 직접 만들어내는 순간. 메이커의 탄생이다.

이후 성대표는 조금씩 연습하며 목재로 우퍼 케이스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메이크가 비즈니스로

그러던 중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식당의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여러 명 써서 크게 일을 벌이다 보니 무리가 따랐다. 3년 정도 고생했다. 적자가 1000만원씩 나던 때다.

음악을 틀어 놓고 사무실에 앉아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사무실 한켠에 쌓여있던, 그간 만들어 놨던 우퍼 케이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팔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 동호인들의 카페에 글을 올려봤다. 사람들의 관심은 컸다. 제품 약 90조가 순식간에 팔렸다. 당시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었다. 대략 20만원 정도의 싼 값에 내놓았다. 시장에 나와 있던 일반적 제품의 3분의 1 정도도 안 하는 가격이었다. "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평소 생각에 확신을 얻었다.

이후 성 대표는 꾸준히 제작에 나섰다. 메이커 활동이 비즈니스로 이어진 것이다.

책장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는 뜻에서 이름이 나온 북쉘프 스피커, 오디오 랙과 스탠드, 스피커 유닛을 감싸는 인클로저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적절한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파격적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끈다.

성대근 대표가 제작한, 스피커 '드림' 시리즈 최신 제품

성 대표는 "우리나라 오디오계에 많이 끼어 있는 거품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전문 기업 제품만큼 아주 깔끔하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충분히 쓸만한 제품을 부담없는 가격에 공급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품의 존재만으로 국내 오디오 시장을 확 키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그는 '드림' '패션' '디자이어S' 등 2년 동안 꾸준히 제품을 개량하고, 철가방을 아끼는 동호인들과 소통했다.

그는 이제 'SB 사운드'라는 이름으로 오디오 시장에 도전하려 한다. 제품에 으레 비싼 가격을 붙이고, 그래서 소수만을 위한 시장이 되어버린 국내 오디오 시장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다.

자작합판으로 제작한 진공관 앰프 베이스

메이커로 성장하다

나무를 자르는 톱에 무서움을 느끼던 성 대표는 이제 캐드로 설계하고 CNC 머신으로 제품을 깎아낼 수 있을 정도로 솜씨가 좋아지고, 생산 규모도 커졌다. 조금씩 주변 잘 아는 사람에게 묻고, 스스로 익혀가며 조금씩 실력을 닦아왔다.

'철가방' 성대근 대표가 작업실에서 음향기기에 쓰일 목재를 가공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만큼 배워가며 마음과 머리로 생각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메이커로 성장해 온 셈이다. 그는 "CNC머신도 좋은 제품은 아니고 설계 관련 컴퓨터 기술도 다 잘 알지는 못 한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배워서 한다"고 말했다.

북쉘프 스피커 '디자이어' 제작 과정

북쉘프 스피커 '디자이어'

음악에 대한 관심과 남보다 예민한 귀만 갖고 있던 성 대표는 이제 캐드 프로그램과 CNC 머신으로 목재를 다루며 음향을 조정하는, '나무와 소리의 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는 많이 겪었다.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목재의 특성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나무 소재로 만든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습기를 먹어 뒤틀리는 경우가 많다.

초기 제조 모델은 100개 가까이 팔린 시점에서 모양새에 변형이 일어났다. 급히 설계를 바꿔 뒤틀림을 막는 방법을 고안했다. 성 대표는 "설계 변경 이후 구매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애프터 서비스를 했다"며 "처음에는 오히려 손해가 더 컸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철가방 공방 카페 회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제품을 개선해 가고 있다.

지금 그의 관심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음악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자신만의 오디오 제품을 찾는 사람과 자신만의 오디오를 만드는 사람이 만나는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오디오 수요자와 제작자가 보다 효율적으로 만나 더 좋은 음악을 부담없이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해외 시장을 뚫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성 대표는 "메이커들이 쉽게 잠재 고객을 만나고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음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만드는 재간을 익혀 스피커 등 음향 기기를 만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취미를 넘어 비즈니스의 수준으로 제작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동호인들과 교류하며 소통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스스로 배워가며 만들고, 인터넷으로 세계와 소통하며 자기만의 '물건'을 만들어가는 메이커 시대를 열어가는 현장인 셈이다.

인터뷰 및 기사작성: 한세희

CONTACT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chulgabang2015

성대근

철가방 공방 운영